디지털 부르주아지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분노

참조 링크 : ( http://slownews.kr/17426?fb_action_ids=703929382964560&fb_action_types=og.likes&fb_source=other_multiline&action_object_map=%5B512943362154384%5D&action_type_map=%5B%22og.likes%22%5D&action_ref_map=%5B%5D )

구글 통근버스 앞을 두 명이 막아섰다. 그들은 "Fuck off, Google"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었고, 버스에 들어와서 전단지를 나눠 주었다. 전단지의 내용은 대충 이랬다.

"구글이 무료 사내 뷔페를 뿌려대서 주변의 자영업자들이 쫄딱 망했고, 실리콘밸리 졸부들 때문에 집값이 폭등하고 소시민들은 캘리포니아에서 쫓겨나고 있다. 당신들의 책임이 없다고 착각하지 마라. 구글은 세상은 좋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부유층을 먹여 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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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기 두 명이 이 기사에 '좋아요'를 눌렀다. 난 그들이 기사에 동의한 심정을 이해하고, 기사의 논지 또한 이해한다. 어느 정도 동감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구글의 탓이 아니다. 실리콘밸리의 탓도 아니다. 물론 캘리포니아에서 밀려난 소시민들이 잘못한 건 더더욱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 책임을 억지로 떠넘길 수는 없는 법이다.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있다고 꼭 가해자가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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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서 지적하고 있는 점을 요약하자면: (1) 일자리 감소 (2) 세금 회피 (3) 부동산 폭등 (4) 부의 지나친 집중. 이렇게 네 가지다. 몇 가지는 나름 일리가 있으나, 다른 것은 그렇지 않다.

1. 일자리 감소
이것이야말로 IT 기업의 책임이 눈꼽만큼도 없다. 기술의 발전 속도에 대해 논하는 것은, 천재지변을 없애는 법을 연구하는 것만큼이나 무의미하다. 기술은 누가 떠들든지 말든지 브레이크 고장난 기차처럼 쉴 새 없이 발전할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어떤 기술은 쓸모 있을 것이며, 쓸모 있는 기술이란, 인간의 노동을 줄여 준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어떤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며, 그들에겐 안타까운 말이지만, 그걸 막기 위한 방법은 없다.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하지 못한 기술은 인도, 중국, 한국, 유럽에서 탄생한다. 경운기 회사를 잡아 족친다고 다시 소작농이 늘어나진 않는다. 그리고 덧붙이는데, 경운기 회사는 농부한테 사과할 이유가 전혀 없다.

2. 세금 회피
늘 그랬듯 법은 기술 발전을 못 따라간다. 그래도 빠르게 따라가는 정부가 한 푼이라도 더 챙길 것이다. IT 기업이 국경을 넘나들며 세금을 교묘히 안 내는 것이 짜증난다면, IT 기업이 아니라 국회를 독촉해야 한다. 빨리 과세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하라고 요구하라. 그건 국회가 할 일이지, 기업이 할 일이 아니다. 기업이 합법적으로 안 낼 수 있는 세금을 내는 것도 웃기지 않는가? 그건 멍청한 짓이고, 옳다고도 볼 수 없다.

3. 부동산 폭등
이건 캘리포니아나 그 동네 정부에서 알아서 할 일인 것 같다. 어느 곳이든 한 곳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하면 사회적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구글이 '책임'이 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원인 제공은 한 게 사실이다. 지역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시 정부가 정책에 대한 참여를 요구한다면,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묵살하긴 힘들 것이다.

4. 부의 집중
고전적인 문제다. 매번 이 소리가 나왔다. 하루아침에 일확천금을 버는 사람은 어제오늘 처음 나온 게 아니다. 물론 빈부격차가 커지면 사회 문제가 많이 발생하긴 한다. 그래도 미국은 그 방식을 알고도 고수했던 것 아닌가? 이제부터 덴마크로 짠 하고 변신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라면, '시장'이 해결해 줄 것이라 믿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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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몇 가지 내용을 짚어내면서,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이들을 짬뽕시킨다. 그래서 "니들이 자유주의 시장 경제를 믿든지 말든지, 시장 경제는 니들 때문에 파탄났으니, 니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건 그냥 자유주의를 싫어하는 경제학자가 쓴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 "기술혁신의 시장 파괴력은 그들이 믿는 시장의 자정능력을 넘어서고 있다"고 대체 누가 정했는가?

일견 사회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한 듯 하면서도, 정작 '주를 분리하라'는 소리 말고는 그다지 독창적이지도 않다. 논리 없이 실리콘밸리에 관련된 이슈를 늘어 놓고는 어거지로 묶어서 실리콘밸리를 나쁜 집단 취급한다. 기사에서의 나치에 대한 언급은 협박 섞인 조롱에 지나지 않는다.

기술 변화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실직, 법의 테두리 안에서의 이득 취득은 기업의 잘못이 아니다. 시대는 변하기 마련이고, 변한다는 건 무언가 생기는 만큼 다른 것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기자는 택시를 볼 때마다 인력거꾼을, 카카오톡을 볼 때마다 SMS를, 전화를 걸 때마다 교환원을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또라이임에 틀림 없고, 아니라면 위선을 떨고 있는 것이다. 시대가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눈사람을 공들여 만들었다고 내일 아침에도 녹지 않기를 바라는 것만큼 부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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